- 저자
- 다자이 오사무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12.04.10
출처 : 인간실격_다자이 오사무
유튜브 유병재 채널의 문학의 밤이었던가,
코미디언 문상훈이 '오사이 다자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사람이 이 책의 작가다.
본래 소설은 '실용적이지 않은 책'이라고 생각하여 읽기를 꺼려했고,
특히나 독백, 어두운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라면 더더욱 나에게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 독서모임을 위해서 읽을 때 시작이 늦었다.
하지만 한 페이지씩 넘길수록 은근한 매력을 느끼며 중간부터는 완전히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스쳐 지나가는 무의식에 가까운 영역의 것들을
글로써 표현한다는 것의 위대함을 느꼈다.
읽는 중간중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뛰어난 문장 표현력과 섬세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책이다.
이 책은 1948년 7월 25일에 출판되었으며,
수기 3편으로 구성되어 있다.(액자식 구성)
머릿말과 마지막에는 화자의 평가, 그리고 그 중간의 세 수기는 성장 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대략적인 줄거리
주인공인 요조는 어릴 때부터 '인간'을 이해할 수 없어하고
진심과 다른 모습을 드러내며 '익살꾼'을 자처하지만 '인간'들과 동화되어 어울리지 못한다.
나중에는 마약 중독, 자살 기도, 정신 병원 입원에 이른다.
요조는 어쩌다 인간 실격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지나치게 솔직하고 옳음을 추구하는 철학적인 사람이라서
본인의 깊은 곳에 있는 어두운 내면을 표면 위로 끄집어내어 고민하고 성찰하며
한편으로 오히려 너무 자기 자신에 집중하고 본인 논리에 빠져버려서 남들과 본인을 거리를 멀게 만들고(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봐야 할까) 그 부분을 활성화시켜버려서 본인이 말하는 '인간에서 실격된 사람'이 되어버린 거 같다.
(적당히 하지,,, 괴로웠겠다)
그런 악순환에 빠져들게 만든 그의 삶의 환경도 안타깝다. (책을 완독하지 않아서 다 모르겠다)
'인간 실격'은 무슨 뜻일까.
반대로, 그럼 인간에게 '자격'이라는 게 존재하는가?
실제로 작가는 이 책을 쓰고 다음 달 자살했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나오는 '정신병원'은
책 속의 하나의 극적 장치로 사용할 뿐이고
그만큼 나중에 되어서 지난 생을 돌아볼 때 본인의 삶이 부끄러웠다는 것을 깨닫고 죽음을 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 사람의 기억이란 왜곡되기 마련인데 그렇게 자세히 썼다는 것이...
그저 내 추측이다.
이 사람은 죽음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술, 담배, 창녀 그런 것들이 인간에 대한 공포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상당히 괜찮은 수단이라고도 하더라.
작가가 정말 솔직해서 어린 시절 부분에서는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뒤로 갈수록 아 범죄자들은 이런 생각을 하려나? 싶기도 했다.)
나도 내 생각에 빠져 다른 사람들을 멀리 하며 칼을 갈던 때가 있었으니.
하지만 요조처럼 '나쁜 길'로 빠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적당히' 했다.
어린 시절부터 의존과 억압 끝에
홀로 서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자립과 자유를 얻으려 갈망하던 나는
현재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ㅡㅡㅡㅡㅡㅡ
인상깊은 구절
ㅡㅡㅡㅡㅡㅡ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 불안 때문에 저는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적도 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걸까요?
존경받는다는 개념 또한 저를 몹시 두렵게 했습니다. 거의 완벽하게 사람들을 속이다가 전지전능한 어떤 사람한테 간파당하여 산산조각이 나고 죽기보다 더한 창피를 당하게 되는 것이 ‘존경받는다’는 개념에 대한 저의 정의였습니다.
그 사람은 말로 ‘쓸쓸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무언의 지독한 쓸쓸함을 몸 바깥에 한 폭 정도 되는 기류처럼 두르고 있어서, 그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저도 그 기류에 휩싸여 제가 지니고 있는 다소 가시돋친 음삼한 기류와 적당히 섞여서 ‘물속 바위에 자리 잡은 낙엽’처럼 제 몸이 공포나 불안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저의 최후의 구애였습니다. 저는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익살이라는 가는 실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필사적인, 그야말로 천 번에 한 번밖에 안 되는 기회를 잡아야 하는 위기일발의 진땀 나는 서비스였습니다.
아버지한테 호소해도, 어머니한테 호소해도, 순경한테 호소해도, 정부에 호소해도 결국은 처세술에 능한 사람의 논리에 저버리는 게 고작 아닐까.
저한테는 서로 속이면서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간이야말로 난해한 것입니다.
신에게 묻겠습니다. 무저항은 죄입니까?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를 죽이려는 마음만은 안 일어났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이 저를 죽여줬으면 하고 바란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남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너무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무시무시한 요괴를 자기 눈으로 확실히 보기를 바라는 심리. 신경이 날카롭고 쉽게 겁먹는 사람일수록 폭풍우가 더 강하게 몰아치기를 바라는 심리.
호리키하고 교제하면서 또 좋았던 점은 호리키가 상대방의 생각 따위는 완전히 무시하고 그의 소위 정열이 분출하는대로(혹은 정열이란 상대방의 입장을 무시하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온종일 시시한 얘기를 계속 지껄여대서, 둘이서 걷다가 지쳐도 어색한 침묵에 빠지게 될 염려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엇습니다. 사람과 접할 때면 끔찍한 침묵이 그 자리에 나타날 것을 경게하느라 원래는 입이 무거운 제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익살을 떨었던 것입니다만, 지금은 호리키 이 바보가 무의식적으로 그 익살꾼 역할을 자진해서 ,,,
저한테 창녀라는 것은 인간도 여성도 아닌 백치 혹은 미치광이처럼 느껴져서 그 품 안에서는 완전히 안심하고 푹 잘 수 있었습니다. 그들 모두가 서글플 만큼, 정말이지 티끌만큼도 욕심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서 동류로서의 친근감 같은 것을 느끼는지,
인간의 마음에는 속을 알 수 없는 보다 더 끔찍한 것이 있다. 욕심이라는 말로도 부족하고, 허영이라는 말로도 부족하고, 색과 욕, 이렇게 두 개를 나란히 늘어 놓고 보아도 부족한 그 무엇. 저로서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인간 세상의 및바닥에는 경제만이 아닌 묘한 괴담 비슷한 것이 있는 것같이 느쪄졌습니다. 그 괴담에 잔뜩 겁먹은 저는 소위 유물론이라는 것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긍하면서도 그것을 통해 인간에 대한 공포에서 해방되고 새싹을 보고 희망의 기쁨을 느끼거나 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비합법. 저는 그것을 어렴풋하게나마 즐겼던 것입니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입니다. 이 세상의 합법이라는 것이 오히려 두려웠고,(그것에서는 한없는 강인함이 느껴졌습니다.) 그 구조가 불가해해서, 도저히 창문도 없고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드는 그 방에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바깥이 비합법의 바다라 해도 거기에 뛰어들어 헤엄치다 죽음에 이르는 편이 저한테는 오히려 마음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음지의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는 비참한 패자, 또는 악덕한 자를 지칭하는 말 같습니다만, 저는 태어날 때부터 음지의 존재였던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세상에서 떳떳하지 못한 놈으로 손가락질당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다정한 마음이 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그 '다정한 마음'은 저 자신도 황홀해질 정도로 정다운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또 속된 말에 '뒤가 켕기는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는 말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 상처는 제가 아기였을 때부터 저절로 한쪽 정강이에 생긴 것이 크면서 치유되기는 커녕 점점 더 심해져 뼈에까지 닿아서 밤마다 겪는 고통은 변화무쌍한 지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퍽 기묘한 표현입니다만)그 상처가 점차 혈육보다 더 정답게 느껴지고 그 통증은 살아 있는 감정, 사랑의 속삭임으로까지 느껴졌던 저라는 남자에게 예의 지하 운동 그룹의 분위기는 묘하게 맘이 놓이고 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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